법인도 형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
형법은 어떤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규정한 법입니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범죄행위(살인이나 절도 등)를 할 수 있는 사람(자연인)을 그 대상으로 한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사실 사람이 아닌 법인(단체)가 법률관계에 있어 중요한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고 특히나 경제영역에서는 법인이 위법행위로 이득을 얻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거든요. 이처럼 불법행위를 통해 법인이 이득을 얻은 경우에 그 법인도 처벌이 가능하냐?라는 의문이 오늘날 법인의 범죄 주체성(법인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 혹은 처벌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인의 범죄능력 인정여부
- 학설 : 법인은 육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범죄행위를 실제로 할 수 없으므로 범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부정설과 법인도 이사와 같은 기관을 통해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범죄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긍정설, 그리고 형벌은 사람을 전제로 한 것이라 형사벌 영역에서는 법인의 범죄능력이 인정될 수 없지만 행정벌은 그 특성상 법인도 범죄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절충설 간의 다툼이 있습니다.
- 판례 : 우리 판례는 위반행위를 한 대표자가 처벌대상이지 법인 자체는 범죄능력이 없다라고 하여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인은 사법상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그 범죄능력은 없고 그 법인의 업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바, 자동차관리법 제13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시·도지사로부터 등록된 자동차에 관한 직권 말소등록의 통지를 받고 당해 자동차의 자동차등록증·등록번호판 및 봉인을 반납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당해 자동차를 소유하여 온 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같은 법 제82조 제2호에서 ‘ 제13조 제5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등록번호판 및 봉인을 반납하지 아니한 자’라 함은 법인의 대표기관인 자연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도7280).
법인의 범죄능력이 부정될 경우에 대표라도 처벌할 수 있나요?
- 학설 : 대표기관의 행위는 법인의 행위이지 대표기관 개인의 행위가 아니므로 법인이 처벌받지 못할 경우 대표기관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견해(부정설)도 있지만, 다수의 학자들은 이렇게 되어 버리면 법을 위반한 행위는 존재하는데 누구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에 법인이 범죄능력이 없다고 해도 그 대표기관을 처벌할 수 있고 그것이 형사정책적으로 타당하다고 봅니다.
- 판례 : 앞선 판례에서도 나와있지만 우리 판례는 법인의 범죄능력을 부인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 대표기관은 처벌할 수 있다라고 하여 법인의 범죄능력 인정여부와 무관하게 대표기관은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에요.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이 되는 경우라도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 뿐 범죄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타인의 사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 밖에 없어 그 대표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 대로 사무를 처리할 임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인이 처리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는 법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그 법인을 대표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즉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대법원 1984. 10. 10. 선고 82도2595 전원합의체).
법인이 범죄능력과 무관하게 형벌능력은 인정될 수 있나요?(법인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 법인에게 범죄능력이 인정된다는 견해에 의하면 당연히 형벌능력도 인정되지만(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은 처벌도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범죄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본 견해에 의하더라도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형벌능력(법인을 처벌할 수 있다)은 인정된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의 견해입니다.
- 양벌규정이란 종업원 등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그 종업원 이외에 그 종업원을 사용한 사람(회사 = 법인)도 함께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인데 양벌규정에 따라 실제로 위반행위를 하지 않은 법인도 처벌할 수 있는 그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견해대립이 있어요.
- 우리 판례는 실제로 법인등이 위반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에 대해 감독을 소흘히 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볼 때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38조의 양벌규정은 법인이 사용인 등에 의하여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도464)
법인이 아닌 약국에서의 영업으로 인한 사법상의 권리의무는 그 약국을 개설한 약사에게 귀속되므로 대외적으로 그 약국의 영업주는 그 약국을 개설한 약사라고 할 것이지만, 그 약국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약사가 다른 약사를 고용하여 그 고용된 약사를 명의상의 개설약사로 등록하게 해두고 실질적인 영업약사가 약사 아닌 종업원을 직접 고용하여 영업하던 중 그 종업원이 약사법위반 행위를 하였다면 약사법 제78조의 양벌규정상의 형사책임은 그 실질적 경영자가 지게된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도3570).
관련문제(비법인 사단에도 양벌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 법인이란 법인격을 갖춘 단체를 말합니다. 법인격이란 용어가 생소하실텐데요. 간단히 말하면 법에 의해 단체로서 등록된 경우를 말한다고 생각해 주시면 되세요. 그럼 단체를 구성하고 있지만 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단체들도 존재할 수 있을텐데요. 이것을 두고 법적으로는 법인격 없는 단체 혹은 비법인 사단이라고 표현한답니다.
- 문제는 법인이 아닌 비법인사단도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냐인데요. 엄연히 법인과 비법인 사단이 구별되는 개념이고 그 실질도 다른만큼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양벌규정을 비법인사단에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형벌은 그 적용범위를 함부러 확장해서는 안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결론이에요
자동차운수사업법 제72조 제5호는 같은 법 제58조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자가용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에 제공하거나 임대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74조는 이른바 양벌규정으로서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같은 법 제72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항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법인격 없는 사단에 대하여서도 위 양벌규정을 적용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아무런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인격 없는 사단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74조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고, 나아가 법인격 없는 사단에 고용된 사람이 유상운송행위를 하였다 하여 법인격 없는 사단의 구성원 개개인이 위 법 제74조 소정의 “개인”의 지위에 있다하여 처벌할 수도 없다(대법원 1995. 7. 28. 선고 94도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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