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에게만 벌을 주는 건 아니에요. - 행정형벌과 질서벌
우리는 남의 물건을 훔친다던지(절도) 다른 사람을 살해(살인)하는 것처럼 보통 범죄행위를 저지르면 벌(罰)을 받는다고 알고 있죠. 어떤 행위가 범죄행위이고 그리고 그 범죄행위를 저지를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규정한 법이 형법이고 범죄행위로 인해 부과되는 벌을 형벌 혹은 형사벌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어도 벌(罰)을 받는 경우가 있어요. 행정벌이 바로 그것인데요. 행정벌이란 행정법상 의무위반이 있을 때 과해지는 제재로서의 처벌로 행정벌은 크게 질서벌과 행정형벌로 구분됩니다. 행정형벌은 범죄행위는 아니지만 범죄행위가 있을 때 부과되는 형벌(벌금이나 과료 등)이 부과되는 것을 말하는 것에 반해 질서벌이란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그 질서위반행위에 대해 부과되는 과태료를 말합니다. 절도행위를 한 사람은 징역이나 벌금에 처해지게 되는데 이처럼 범죄행위로 인해 부과되는 벌이 형벌이며 실내에서 흡연을 하거나 길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행위처럼 범죄는 아니지만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하게 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가 질서벌입니다.
참고 형벌의 종류(형법 제41조 참조)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 |
행정형벌이나 질서벌은 모두 위반행위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요. 고의란 어떤 행위를 일부러 혹은 알면서도 할 때 “고의”가 있는 행위라고 하며, 과실이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행위를 하였을 때 “과실”이 인정되는 행위라고 합니다. 형벌은 원칙적으로 고의가 있어야 처벌하며 과실은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지만 법에서 과실이 있는자도 처벌한다라고 규정한 경우에는 과실이 있는 행위도 처벌대상이 되는데요. 행정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위반행위자에게 고의가 인정되어야 원칙적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과실의 경우는 과실이 있는 행위도 처벌하겠다고 법에서 규정하거나 혹은 과실이 있는자도 처벌하겠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해석상 과실이 있는자도 처벌하려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행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 형사벌과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업원이 불법행위를 해도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어요
헌법이라는 우리나라의 최고법은 자기책임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자기책임의 원칙이란 말 그대로 개개인은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행위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키거나 전가하지 아니한 채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조금 달리 말하면 자기가 한 행위가 아닌 다른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요. 과거에는 연좌제라고 하여 자기와 상관없는 가족이나 친척등의 사상이나 행위로 인해 그 책임까지 함께 부담해야 했던 시대도 있었거든요. 이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인정되지 않으며 우리 헌법에서도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어요.
만약 종업원이 위법행위를 한 경우라면 당연히 그 위법행위를 한 종업원이 처벌을 받는 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상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행정법에서는 양벌규정이라고 해서 종업원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그 사업주나 법인(회사)를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사업주가 종업원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을 소흘히 하여 위법행위가 발생했으니 그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고 보는 것이지요.
참고 죄형법정주의 죄형법정주의란 죄와 형벌은 반드시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는 주의를 말합니다. 즉 대통령과 같은 권력자가 임의로 어떤 행위가 범죄행위라고 판단하여 마음대로 형벌을 부과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에요. 과거에는 왕의 말이 곧 법이었기에 왕이 명령하면 바로 형벌도 부과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는 법치주의(법률로 통치하는 것)라는 법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형벌의 부과 역시 법률의 규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벌 이외에 질서벌(과태료)도 우리나라는 법정주의를 규정하여 법률로 규정한 행위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중처벌금지원칙 이중처벌금지원칙이란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자기가 부담해야 할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이중‘처벌’이란 형벌을 의미하기 때문에 형사벌과 질서벌을 함께 부과하거나 형사벌과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처분을 함께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아요. 다만 행정벌 중에서 행정형벌은 “형사벌”을 부과하는 것이라 형사벌과 행정형벌을 함께 부과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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