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진정부작위범과 부진정부작위범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앞서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보증인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말씀드렸었지요. 만약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면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보증인지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보증인적 지위가 어떤 경우에 인정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증인 지위가 무엇인가요?
부진정 부작위범이란 사람을 살해하는 것과 같이 어떤 행위를 해야(작위) 성립할 수 있는 범죄를 아무것도 하지 않음(부작위)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범죄로 인정되는 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해요. 보통은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 경우(구조행위를 해야 하는데 구조행위를 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며 이처럼 어떤 의무가 인정되는 사람을 보증인 지위에 있는자라고 표현합니다.
보증인지위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
보증인 지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작위의무(범죄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하며 그 의무는 도덕적 의무로는 인정되지 않고 법적인 의무가 인정되어야 해요.
이러한 의무를 보증인 의무라고 합니다.
보증인적 지위와 보증인적 의무의 지위
- 학설 : 보증인적 지위와 보증인적 의무는 모두 위법성의 요소에 해당한다는 견해와 모두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한다는 견해 그리고 보증인적 지위는 구성요건적 요소이지만 보증인적 의무는 위법성요소에 해당한다는 견해간에 다툼이 있습니다.
- 비판점 : 위법성 요소에 해당한다는 견해에 의하면 보증인적 지위가 없어도 일단 부진정부작위범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게 되므로 구성요건 해당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커진다는 비판이 있어요. 반대로 둘다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한다는 견해에 의하면 보증인적 지위는 물론이고 그 의무까지 인정되어야 비로소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되므로 부진정 부작위범의 구성요건 해당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진다는 비판과 함께 보증인 의무(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는 기본적으로 위법성 요소인데 이것을 구성요건적 요소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가해집니다.
보증인적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
- 고용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사용자는 종업원의 안전의무를 부담하듯이 계약에 의해 작위의무가 발생한 경우 혹은 민법상 부부의 경우 상대방에 의한 보호, 부양의무가 인정되는데 이처럼 법령에 의해 직접 작위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사회통념상 일반적인 상식(조리)상 작위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마지막으로 위험을 발생시킨 자는 그 위험을 스스로 제거해야 할 의무가 인정되기에 이러한 경우에 보증인지위가 인정된다는 형식설과 가족간 혹은 긴밀한 공동체 관계에서 당연히 인정되는 보호의무 혹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위험이 발생한 경우 혹은 위험한 물건이나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자에게 인정되는 위험을 방지해야 할 의무 때문에 보증인적 지위가 인정된다는 실질설 간 견해대립이 있습니다.
- 간단히 말하면 형식설은 보증인적 지위를 보증인지위에 대한 근거의 유무(보증인적 지위를 발생시키는 근거)에 따라 인정하는 견해인데 반해, 실질설은 근거와 상관없이 작위의무가 인정되는 자가 보증인적 지위를 가진다라고 보는 견해에요.
- 사실 수험적으로는 이를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실제로 우리 판례가 어느경우에 보증인지위를 인정하는지를 잘 살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판례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항해 중이던 선박의 선장 피고인 甲, 1등 항해사 피고인 乙, 2등 항해사 피고인 丙이 배가 좌현으로 기울어져 멈춘 후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승객 등이 안내방송 등을 믿고 대피하지 않은 채 선내에 대기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고 퇴선함으로써, 배에 남아있던 피해자들을 익사하게 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의 사망을 용인하였으나 해경 등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하여 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乙, 丙은 간부 선원이기는 하나 나머지 선원들과 마찬가지로 선박침몰과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각자 비상임무를 수행할 현장에 투입되어 선장의 퇴선명령이나 퇴선을 위한 유보갑판으로의 대피명령 등에 대비하다가 선장의 실행지휘에 따라 승객들의 이동과 탈출을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서, 임무의 내용이나 중요도가 선장의 지휘 내용이나 구체적인 현장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퇴선유도 등과 같이 경우에 따라서는 승객이나 다른 승무원에 의해서도 비교적 쉽게 대체 가능하고, 따라서 승객 등의 퇴선을 위한 선장의 아무런 지휘·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피고인 乙, 丙이 단순히 비상임무 현장에 미리 가서 추가 지시에 대비하지 아니한 채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었다거나 혹은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3층 선실 복도에서 대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장과 마찬가지로 선내 대기중인 승객 등의 사망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 사태를 지배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 乙, 丙이 간부 선원들로서 선장을 보좌하여 승객 등을 구조하여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별다른 구조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태를 방관하여 결과적으로 선내 대기 중이던 승객 등이 탈출에 실패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은 있으나, 그러한 부작위를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고, 또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고인 甲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공모 가담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 乙, 丙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551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고,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적인 의무이어야 하므로 단순한 도덕상 또는 종교상의 의무는 포함되지 않으나 작위의무가 법적인 의무인 한 성문법이건 불문법이건 상관이 없고 또 공법이건 사법이건 불문하므로,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이고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법적인 작위의무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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